고난의 행군시기 북한의 전지역을 굶주림으로 휩쓸어가고있던 어느 봄날 어머니와 오빠는 피땀흘려 키운 새끼돼지들을 장마당에 팔려고 아침 일찌기 길을 나섰다. 무려 2시간이나 걸리는 장마당으로 손구루마에 꿀꿀거리는 돼지들을 싣고 가는길은 그야말로 땀과 먼지로 얼룩지는 힘든길 이였다.
30분정도 걸어가면 장마당에 도착할지점엔 항상 두만강연선을 지키는 국경경비대가 주둔하고있었는데 고난의행군이 시작되면서부터 이놈의 국경경비대 군인들은 국경을 지킨다는 명목아래 비법월경자들만이 아닌 아무죄도 없는 지나가는 시민들상대로 마구잡이로 단속하고 돈되는 물건들을 무조건 빼앗는 강도집단으로 변하고 있었다.
그날도 엄마와 오빠는 무슨일이 닥칠지도 모른채 낑낑 새끼돼지들 실은 구루마를 끌고 국경경비대초소앞에 도착하였다.
군인 한 사람이 엄마앞에 다가오며 하는 말이 “돼지를 장마당에서 팔지말라는 당중앙의 0월 0일 방침이 내렸으니 이 돼지를 모두 무상몰수합니다” 라고 떠벌이였다.
순간 기가 막히고 앞이 안보여 할 말을 잃었다. 엄마와 오빠는 이 돼지를 팔아야 온 식구가 풀칠이라도 하고 살수있다고, 아니면 굶어죽는다고 애걸보걸 사정하였으나 군인들은 막무가내였다. 사정하면 할수록 상스러운 욕사발로 돼지를 빼앗으려고 덤벼들었다.
고난의 행군시기 농촌에서 돼지를 키운다는것은 그야말로 고역에 고역이였다. 어느날 부터는 똥을 돼지에게 먹이기 시작하면서부터 너도나도 똥도적이 되였고 그나마 부지런하지 않으면 구하기 힘든것이 되여버렸다. 우리가족은 그야말로 엄마 오빠 나까지 이른새벽 번갈아가며 똥도적이 되가면서 키워온 돼지들이였다.
어머니는 여기서 돼지를 다 빼앗길거같아 다른방법을 쓰셨다.
그날 장마당으로 향하던 많은 사람들이 엄마와 군인들간의 싸움을 구경하게 되였다. 엄마는 그 대중을 향해 “지나가는 손님 여러분들! 돼지를 장마당에 팔지말라는 당중앙의 방침을 들은사람 있으면 나서주세요!!” 엄마는 목청껏 웨쳤다. 군인들의 막무가내 사기라는것이 명백하기에 나서는 대중 또한 한사람도 없었다.
엄마는 군인들향해 ” 너희들 장군님의 존함을 팔면서 대낮에 인민의 재산을 로략질 하느냐” 하고 웨쳤더니
한 군인이 ” 우리가 언제 장군님존함을 팔았시요?” 라고 하더란다.
그러자 엄마가 “당중앙이자 장군님이고 장군님이자 당중앙이야. 너희들 나보고 당중앙의 방침이라 했잖냐”
그러자 한 군인이 ” 어이 오마니!! 일체 밀수품은 회수하게 됬시요!” 라고 하였다.
엄마는 또다시 ” 밀수품은 다른나라에서 가만히 넘어온 물건이야. 이 돼지들이 중국에서 건너왔냐!” 라고 재차 받아쳤다.
이에 말문이 막히자 저희들끼리 수군대다가 엄마를 통과 시켰다. 그때 주변에 모였던 대중들이 엄마옆에 다가와서 너무나 속시원히 말 잘했노라고 칭찬하였다.
엄마는 지혜롭고 현명하게 대처하여 물건도 빼앗기지 않으셨지만 얼마나 많은 불쌍한 서민들이 군인들, 보안원들, 간부들의 갑질에 뜯기면서 비참히살아갈까!!
지금도 국경경비대 군인들은 하나도 변한것이 없을테지. 김정은정권밑에서 살아남기위한 너희들의 몸부림이란걸 여기와서 깨달은것이지만 불쌍한 서민을 상대로 착취와 약탈을 일삼은 사람들 그 누구를 막론하고 용서하기가 너무나 힘들다.
우리 엄마는 북한에서 평범한 아줌마였고 농사꾼이였다. 그러나 엄마의 현명한 처사로 빚진것도 없이 고리대(농촌에서 고리대로 식량을 꿔먹으면 이자가 늘어나 빚더미에 시달림)로 고통받은적도 없었다. 그런 엄마에게 버릇없이 행동한거 너무나 많은 후회가 든다.
고난의 행군시기 있는자들끼리 서로 아부하며 없는자들 깔보고 비웃고 놀려주고 골탕먹이면서 살아가는 모습을보고 엄마는 항상 우리 형제에게 사람은 어려울수록 더 사랑해주고 관심해주고 도와주면서 살아가야한다고 , 그것이 인간이 동물하고 다른점이라고 항상 가르치셨다. 나는 엄마가 그런 생각하기에 우리가 거지처럼 살아가는거라고 엄마를 항상 나무라곤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의 가르침이 너무나 옳았고 종교를 접하지 않은 엄마가 어떻게 예수님사랑을 우리형제에게 가르치셨는지 나는 많은생각을 하군한다.
그런 엄마가 올해는 팔갑을 맞이하신다. 미국에 도착한 첫해 나는 엄마에게 “엄마! 나를 만나는 날이 꼭 올테니 죽지말고 살아있어야 해” 라고 전달했더니 엄마는 이 딸의 말을 기억하고는 아침에 일어나시면 문 옆에만 앉아서 ” 우리 딸을 꼭 만나고 죽을거다” 라고 하염없이 기다리신단다.
지금도 주름진 엄마의 사진을 보면서 다시는 볼수없을 안타까운 마음에 눈물만 흐른다.
저도 같은 사정이니 많이 공감되고 눈물이 나네요~
자식을 만나야 한다는 희망이 부모들을 버티게 하는것 같아요. 꼭 건강하셔서 언젠가는 만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우리모두 같은 심정이지요
북한 어머니들은 강인하고 지혜롭지요! 그 힘으로 고난의 행군 동안에도 자식들을 먹여살렸구요. 살아 생전 꼭 만나뵙고 그동안 못해드린 효도를 맘껏 해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