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장안에 화제가 된 TV프로그램이 있다. Netflix 방영 일명 “흑백요리사”(Culinary Class Wars) 이다. 나도 얼마전까지 재미있게 보았다. 100명의 참가자중 가장 인상깊었던 요리사 를 뽑으라고 한다면 단연 에드워드 리 (Edward Lee) 이다. 한살때 부모를 따라 미국에 가서 요리사가 되였고 유명한 요리경연 프로그램인 Iron Chef America우승, 백악관국빈 만찬 셰프등 굵직한 인지도를 가지고 백수저chef로 이번 경연에 참가하여 준우승을 하였다. 하지만 내가 프로그램을 보면서 감명을 받은것은 단지 그의 요리솜씨가 아니였다. 만들어내는 매 요리마다에 그는 자신의 뿌리인 한국적인것과 이민자의 자녀로 살아온 자신의 정체성을 담아내려고 하였다. 요리경연과정에서 에드워드자신이 말했다.
“저는 비빔 인간입니다”,
“나에게는 에드워드라는 미국 이름이 있지만, 저는 한국 이름도 있어요. 나에게 한국 이름은 ‘균’ 입니다. 그래서 이 요리는 이균이 만들었어요.”
“왜냐하면 이균은 옛날 사람이에요. 그래서 옛날 사람은 그런 거 좋아해요. 에드워드는 위스키 마시는데 근데 이균은 막걸리 마셔요.”
다소 서툰 한국말이였지만 혼을 담아 또박또박 자신과 자신이 만든 음식의 정체성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웨드워드 셰프에게 큰 공감을 느꼈다. 그리고 자신에게 물었다 – 나는 누구일까?
10여년전 나는 자유를 찾아 나서 자란 고향인 북한을 떠나 미국으로 왔다. 처음 도착했을때 목표는 빨리 영어를 배우고 잘 정착해서 완벽한 미국인(American) 이 되는것이였다. 그래서 아침에는 학교가서 영어를 배우고 오후와 저녘에는 열심히 일을 했다. 아침도 밥대신 커피와 빵을 고집했고, 일요일에도 한국교회가 아닌, 미국교회로 예배를 드리러 갔다. 그렇게 3년이 지난후 지역 단과대학(community college) 을 졸업하고 4년제 대학으로 편입했을때 나름대로 잘 정착한것같아 마음이 굉장히 들떠있었다. 대학공부하면서 좋은 친구도 많이 사귀고 동아리활동에도 적극 참가해서 완벽한 American으로 거듭나고 싶었다.
하지만 정작 대학캠퍼스에서 다른 젊은 친구들과 어울리려다 보니 생각같지가 않았다. 물론 언어장애와 나이차이에서 오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근본적인것은 다른데 있었다. 나는 다른 평범한 미국대학생친구들의 일상적인 대화주제인 영화, 노래, 게임, 연애등 어디에도 자연스럽게 끼여들수가 없었고 공감하기 어려웠다. 몇십년동안 자유와 표현이 억제되고 틀에 박힌 말과 정치선전용 노래와 영화만 보며 자라온 나에게는 갑자기 이 모든것이 내것이 아닌것같이 느껴졌고 큰 문화충격 (culture shock) 과 정체성혼란 (identity crisis)을 느꼈다.
사람에게는 식욕, 수면욕, 성욕이라는 3대 생리적기본욕구와 함께 소속감(sense of belonging)이라고 하는 사회적욕구가 있다고 한다. 소속감은 인간이 단지 생리적동물인 아닌 사회적관계의 존재이기때문에 반드시 생기는 욕망이다. 그래서 인간은 어느 특정집단(community) 에 속해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때 비로서 안정감을 느낄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는 어느 community에 속해있을때 가장 편안함을 느낄까? 지금까지는 미국주류사회(the mainstream)에 들어가려고 고군분투하였지만 아직은 아니였다. 혹 영원히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한국인(Korean)인가? 나는 당시 한국에 가본적도 없고 한국문화자체도 다소 생소했기때문에 그렇다고 할수도 없었다. 그럼 오래전에 이민왔거나 이민자의 가정에서 태어난 Korean-American? 하지만 그들처럼 영어가 유창하지도 미국현지문화에 편안함을 느끼지도 못했다.
그렇다면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나는 도대체 왜 부모와 고향을 떠나 멀리 미국까지 왔을까, 나는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걸까? 하는 생각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고 오래동안 나를 괴롭혔고 급기야 슬럼프에 빠지고 말았다. 몇년에 걸친 오랜 고민과 생각끝에 얻어낸 결론은 나는 같은 북한에서 온 사람들과 함께 있을때 많은 공감을 하고 제일 편안함을 느낀다는것이였다. 그래서 나는 자신을 North Korean-American 내지 North Korean defector 로 부르기로 하였다. 그러자 십년먹은 체증이 사라지는것 같은 개운함을 느꼈고 내가 왜 미국에 왔는지, 왜 이렇게 일하고 공부하는지, 앞으로의 목적과 비전이 뭔지 비로써 깨달을수 있게 되였다.
내가 속한 정체성커뮤니티는 굉장히 작다. 그래서 서로 자주 만나기도 힘들고 편안함을 느낄 기회도 많지 않다. 그리고 사람은 변하기때문에 정체성 또한 변할수 있다. 앞으로 내가 어떤 사람이 될지는 나도 잘 모른다. 하지만 무턱대고 비싸고 멋있는 옷이 아닌 자기에게 맞는 옷을 입을때 가장 이쁘고 편한것처럼 나도 지금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을 입고 다니려고 한다.
–-저는 미국에 사는 한 탈북민입니다, 여러분은 누구세요?–
당신과 같이 미국에서 살아가는 많지 않은 탈북자들의 한 사람으로서, 여기에 글을 남길수가 있어, 더우기는 언젠가는 누구나 한번쯤 격게되는 정체성 혼란에 대해 나의 개인적인 견해를 공유할수 있는 기회가 있어 대단히 기쁘게 생각합니다. 위에서 언급한것 처럼 나 역시도 새로운 인생을 살아간다는 의미로 미국인으로 살아가려고 노력을 하여 왔으며, 또 그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현재 직업상의 이유로 주변에 많은 이민자들뿐 아니라 미국 원주민들과도 일을 하면서 때때로 나 자신을 비교한다면 , who am I? 하는 질문을 자주 하던 지난 날들이 그냥 부질없게만 느껴지는 바,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할것은 “Who are Americans?” 이라는 것입니다. 사전적 의미로 미국국적을 가진 사람이면 미국사람인것입니다. 하여 난 자신을 그 누구도 아닌 그냥 미국 사람이라고 간주하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타인들이 달리 부르거나 생각할수 있을 지라도 내 자신이 미국사람이라는 사실은 바뀔수가 없으니, 난 미국 사람인것입니다. 자신을 특정한 무리에 존속 시키는 문제는 다 개개인의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요즘 정치인들이 그런 사고 방식을 더 더욱 조장하고 있다고 사려 되는 바, 그냥 열심히 자신께 주어진 조건과 환경속에서 일하고 살아간다는 것 자체 만으로 도 우리 모두는 이 사회에 조금이나마 기여하며, 미국인으로서의 삶을 충실히 살아간다고 여겨집니다. 이민자의 나라에서 이민자의 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그냥 미국인인 것입니다. 물론 미국시민권이 있다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