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고향에서 소식이 왔다. 오래만에 친구에 관한 소식을 들을수 있어 기뻤지만 정작 듣고 난 후로는 마음이 하루종일 무겁다.
첫번째는 중학교 시절 가장 절친이였던 경순이에 대한 소식이였다. 무뚝뚝하지만 정 많고 부지런 하던 그의 부모님과 두 동생은 무슨 영문인지 모두 죽었고 본인은 사기꾼이 되어 여기 저기 사기를 치면서 살았다고 한다. 몇달전에 우리 집에 와서 하룻 밤을 자며 돈과 물건을 훔쳐 갔다고 엄마가 하소연하던 것이 기억난다. 그 후에도 계속 사기를 치다가 이번엔 아예 감옥에 갔다고 한다. 학창시절 누구보다 강직하고 정의감이 있었던 이 친구에게 지난 십여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또 다른 소식은 한때 밀수로 많은 돈을 모아 모두의 부러움을 사던 우리 동네 부자 미령언니네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몇년전 밀수를 하다 망한 후 빙두(마약) 에 빠져 집까지 팔아 버린 후 꽂제비가 됐다고 한다. 옛 속담에 “부자는 망해도 삼년은 먹을것이 있다”고 했지만 불의와 죄로 가득한 북한에는 선조들의 지혜로운 속담도 통하지 않는 것 같다.
거짓말 하지 않고는 살수 없는 세상, 오히려 거짓을 가르치며 나라 전체가 거짓의 영에 사로 잡힌 곳, 또 마약을 하지 않고 온전한 정신으로는 견디기 힘든 곳이 바로 내 고향이다.
그러고보니 저도 고향을 떠나올때 친구들에게 멀리간다고 인사도 못하고 왔네요.
다시 볼수는 있을련지…아마 지금 다시 만나면 서로들 많이 변해있겠지요?
지옥같은 북한에서 사기를 치던 마약을 하던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언젠가는 한번 만나고 싶네요.
친구야 앓지 말고 잘 지내라. 보고싶다.
죄가 만연한 곳에 은혜가 넘칠 그날을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