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북한과 가장 비슷한 나라를 꼽으라면 나는 중국도 한국도 아닌 쿠바를 선택할것 같다. 서로 문화도 생김새도 기후도 언어도 많이 다른 지구반대편의 나라 쿠바는 이상하게도 오래전 떠나온 내 고향인 북한을 강하게 연상시켰다. 몇년전 나는 지인들과 쿠바로 여행을 갔다. 맛있고 즐거운것을 체험하기 위해서 보다는 매일 매일 살아가는 실제 현지인들의 문화와 삶을 엿보기 위해서였다. 단순 관광이였다면 실패했을 여행이였지만 쿠바여행은 오히려 나의 일생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여행중 하나로 됐다.
하바나공항에 도착하여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완전히 딴 세상에 왔다는 느낌이 바로 들었다. 보통 익숙한 공항의 각종 기계들의 소음과 진동, 향수와 소독약냄새대신 고요한 운동장같은 들판에서 바람에 실려오는 먼지 냄새와, 비온뒤 고인 물웅덩이에서 나는것 같은 물비린내가 군데군데 섞여있었다. 공항을 빠져나와 은퇴한 미국스쿨버스를 개조?해서 만든 공항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오니 여기가 북한이 아닌가 착각이 들었다. 페인트대신 석회로 바른듯한 시뿌연 아파트들과 상품대신 가짜 모형이 몇개씩 전시되여있는 텅빈 상점들, 그 가운데 가끔 사람들이 긴줄을 서서 기다리는 배급소들. 만성물자부족과 그에 따른 도적질를 방지하기 위한 쇠철창이 창문마다 설치되어있었다. 일하는 사람보다 군복을 입은 군인인지 경찰인지 알수 없는 사람들이 치안을 유지하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버스에서 내려 시내로 나오니 말레꼰이라고 하는 유명한 방파제를 끼고 길게 늘어선 하바나의 풍경이 석양과 더불어 아름답게 안겨왔다. 쿠바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호세 마르티의 이름을 단 혁명광장의 한쪽 벽면에는 쿠바의 오랜 독재자 피델 카스트로의 혁명동지였던 체 게바라의 얼굴이 크게 새겨져있었다. 시내광장에는 언뜩봐도 오래된 골동차들이 많이 세워져있었는데 관광객들이 돈을 내고 그 안에 들어가 사진을 찍고 있었다. 놀라운건 그 골동차들이 보통 1930년대에 서방에서 생산되어 1959년공산혁명전에 쿠바에 들어온 거의 100년된 차들인데 아직도 운행중이라는것이였다. 쿠바도 북한처럼 미국의 경제제제에 맞서 자립경제를 내세우며 모든 설비와 부속을 깍아서 골동같은 차를 계속 운영한다고 한다. 오래된 차들이라 AC가 따로 없어 보통 아파트창문에 달아놓는 작은 휴대용 AC를 개조해 차안에 설치해놓은 경우가 있는데 귀가 왕왕 울리는 소음에도 불구하고 한 여름 더위를 식힐수 있다는 장점때문에 택시가격이 2배정도 비쌌다. 생활하는데는 그나마 택시운전사직업이 제일 나아서 낮에는 대학교수나 의사로 정부에서 지정한 일을 하고 저녘에는 택시를 모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게 바로 아메리카유일의 사회주의국가, 북한의 형제나라 쿠바로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때가 되면 방문하고 싶은 나라인데, 간접적으로 여기서 엿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