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와서 돌이켜보면 탈북후 미국에 와서 가장 감사한것은 소중한 자유를 얻었다는것과 그 자유가 방종이 되지 않도록 나를 잡아주는 신앙을 가졌다는것이다. 10년 전 추수감사주일이였던 바로 오늘 나는 세례를 받고 크리스챤이 되기로 결심했다. 그때 내가 했던 신앙고백을 탈북민 크리스챤동료들과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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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고백서
여기 미국에 오기전 저에게 “신앙”이란 단어는 낯설지만 제 삶에서 그리 새삼스러운것은 아니였습니다. 저는 태여날때부터 신이 아닌 신을, 신보다 더 신처럼 받들며 살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모셨던 그 “신”은 저희를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자기를 믿고 따르는 사람들에게 축복도 은혜도 베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자기의 치부와 명예와 탐욕을 위해 그 수많은 생명들의 희생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무조건적인 복종만을 강요했습니다. 온갖 감언이설과 미혹들이 하나둘 벗겨지고 거짓이 드러나는 순간 저는 모든것을 박탈당한것같은 인생의 허탈함과 동시에 내가 살아왔던 이 세상에 대한 환멸을 떨쳐버릴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어딘가에 있는지도 모르는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 내가 나서 자라왔던 그 모든것을 뒤로 하고 떠나오기로 결심했습니다. 다시는 그 누구도 믿지 않고 오직 나, 자기자신만을 의지하기로 굳게 마음먹고 말입니다.
어쩌면 생사가 결판날지도 모르는 위험했던 그 탈출과정을 아무런 어려움없이 마무리할수 있게 된것을 저는 오로지 제 행운이라고 믿었습니다.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이 계시고 제 인생에 오래전부터 관여하시고 인도하셨다는것을 알게 된것은 그로부터 얼마후였습니다. 탈출과정에 만났던 한 목사님으로부터 저는 “성경”이라고 씌어진 작은 소책자하나를 받았었고 호기심에 읽기 시작했습니다. 놀랐게도 글자 하나 하나가 꿀처럼 달았고 그안에 살아있는 성령님은 메마르고 완악했던 제 마음을 따스한 봄비처럼 촉촉히 적셔주었습니다. 바로 그 성경을 한번 일독하고 베게로 삼고 삼일밤을 잔후에 저는 정말 기적같이 미국에 오는 티켓을 손에 쥘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저와 하나님과의 만남이자 첫 기도응답이였습니다.
오늘은 제가 미국에 와서 거의 삼년동안 신앙생활을 하고 드디여 성령에 의해 다시 태여나는 날입니다. 동시에 오늘 11월 23일은 저의 어머님이 태여나신 날이기도 합니다. 이 세상 모든 어머님들처럼 저희 어머니도 지난 수십년간 자식들을 위해 모든것을 다 바치셨습니다. 하지만 저를 낳아주고 길러주고 자식들을 위해 죽을수도 있는 어머니도 결코 인간이 가진 육체적인 생명의 한계를 없앨수는 없습니다. 어머님의 몸에서 태여나는 순간부터 저의 육체적생명의 시계는 돌아가고 언젠가는 반드시 멈출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제가 고백하는 이 믿음은 죽음을 소망으로 바꾸어놓았습니다. 하나님은 영원하시고 하나님의 사랑은 무한하시기에 하나님의 자녀가 된 저는 그 영원을 선물로 받았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천국으로 가는 약속을 보장받았습니다.
저는 지금도 죄스러움을 금할수 없습니다. 저의 신앙고백이 씌어진 이 백지장처럼 저의 마음도 깨끗하고 순결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말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제가 가진 모든 더러운것들을 메고 십자가에 매달려 죽으심으로서 죄를 사하여주셨다는것을 믿습니다. 그 분만을 의지할때 저도 분명히 용서받고 천국에서의 삶을 보장받을수 있다는것을 고백합니다.
제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가장 힘들어하는하는것들중의 하나가 선택이였습니다. 인생의 굽인돌이때마다 저는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하여 모지름을 쓰며 많은 고민을 하군 했습니다. 지금부터는 그럴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성령님이 모든것을 결정하실겁니다. 저는 그저 간구하고 그 결정에 복종만 하면 될것입니다. 이제부터 저에게 성령님은 외로울때 마다 와서 위로하는 그냥 친한 친구가 아닙니다. 어려울때 간청하면 나타나서 도와주고 사라지는 은사도 아닙니다. 왜냐하면 성령님은 항상 제 안에, 저와 함께 계시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 삶이 끝나는 날까지 한번도 저를 떠나시지 않을것이기때문입니다.
이 자리을 빌어 다시한번 태초에 천지만물을 창조하신 성부 하나님과, 십자가에 우리 죄를 지고 죽으셨다가 부활하신 성자 예수님, 제 마음에 감동을 주시고 선한길로 인도하시는 성령님이 하나가 되어 제몸에 거하심을 고백합니다.
2014년 1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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